불꽃 수사의 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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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보나벤뚜라 수사님의 고향 마을 방문 -독일 Nassenbeuren
한국으로 선교 파견되어 오셔서, 40년 넘게 생활하신 보나벤뚜라 수사님. 언제나 웃는 모습으로, 다른 형제들에게 기쁨을 주시고, 늘 바쁘게 지내시는 수사님.

본국 휴가중이신 수사님을 독일 오틸리엔 수도원에서 만났다. 병원에 다니시는 관계로 자주 만나지는 못했다. 파킨슨병 전문 병원에 장기간 입원하시기 전에 자신의 고향 마을을 꼭 보여줘야 된다고 하신다. 그래서 토요일 오후 게롤드 수사님이 운전하시는 차를 타고 수사님의 고향 마을로 향했다. 독일 오틸리엔 수도원에서 차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곳이었다. Nassenbeu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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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집 근처에 도착하니, 높이 솟은 '마이바움' (Maibaum : 5월의 나무)이 우리를 반긴다. 10월에 눕혀 놓았다가 5월 1일에 온 동네 사람들이 함께 모여 이것을 세운다고 한다. 나무에 가지처럼 붙어 있는 것은 그 마을에서 어떤 일들을 하고 있는지를 간략하게 그림으로 그려 놓은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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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먼저 도착한 집은 수사님의 쌍동이 여동생 집이었다. 아마 휴가 기간에는 이곳을 아지트로 삼고, 그 다음에 수도원과 은인들의 집들을 오가시는 모양이다. 마침 오후 차를 마시는 시간이었다. 어느새 주위에 사는 수사님의 친척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식탁보도 새로 깔고, 커피와 빵도 나왔다. 오후 커피 시간은 이곳 사람들에게는 거의 하루의 필수적인 일과와도 같았다.

건포도가 들어 있는 이 빵은 이곳에서는 토요일과 주일에만 먹는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오틸리엔 수도원에서도 주일 아침 식사 때만 맛볼 수 있었다. 가톨릭 신앙심이 강하게 남아 있는 남쪽 독일 지방에서는 평일과 주일, 축일 등을 구분을 하고, 축제의 등급에 따라 먹는 것, 마시는 것, 사용하는 물건 등을 구분해서 한다고 한다. 집안에 거실을 아주 멋있게 꾸며 놓고, 그 방은 주일이나 축일 때만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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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구경을 하는데, 수사님과 쌍동이 여동생의 어릴 적 사진이 있었다. 6,70여년 전의 사진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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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옆 집에 살고 있는 수사님의 조카와 딸. 다음날 휴가를 떠난다고 들떠 있었다. 대략 이 동네에 수사님의 친척집이 5,6집은 되는 것 같았다. 먼 친척까지 따지면 더 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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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에는 이곳에서 보기 힘든 대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왜관 수도원 구성당 옆에 있는 대나무를 옮겨다 심은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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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식을 한 다음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경당으로 향했다. 300년 된 보리수 나무 가로수 길이 아주 멋있었다. 이 길 끝에 경당이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 평범하게 보이는 경당이었지만, 안에 들어서니 아주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꽤 유명한 순례 성당이었던 모양이다.

우리 나라 성탄 성가 중에 '귀여운 아기들 모두 오너라...' 이렇게 시작되는 성가를, 이 성당 주임 신부님이 이곳에서 작곡했다고 한다. 성당 한쪽에는 이러한 내용을 적은 안내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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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님은 이 보리수 나무 길과 '설지전' 경당에 대해 많은 설명을 해 주셨다. 그리고 보리수 나무 사이에 있는 의자들은, 수사님의 아버님이 마을 동장을 하던 시절에 만든 것들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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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성당의 정원에는 거의 예외없이 무덤들이 즐비하다. 그리고 모든 모덤들이 꽃들과 화초들로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다. 이 무덤은 수사님 집안의 가족묘라고 한다. 부모님이 여기 안장되어 계시고, 형제들이 앞으로 이곳에 묻힐 것이라고 했다.

성당은 주로 동네의 중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하루에도 몇 차례 지나다니기도 하고, 자신의 친척이 묻힌 곳이고, 앞으로 자신이 묻힐 곳이기 때문에, 집안 식구들이 거의 매일 이 무덤들을 돌아보고, 장식을 하고, 무덤 앞에서 기도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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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수사님 앞에 놓인 그 세례대에서 수사님도 세례를 받았다고 한다. 성당의 어떤 좌석을 가리키며 저 자리는 아버지가 항상 앉으시던 자리라고 말씀하셨다.

그러고보니, 물건 하나 하나에도 수 없이 많은 사연들이 간직되어 있었다. 모든 것들이 빨리 빨리 바뀌고 새로운 것들이 옛것들을 밀어내는 것이 빈번한 우리나라에서는 잘 접하기 힘든 느낌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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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 신부님과 오 루까 수사, 강 안셀모 수사님이 오틸리엔 수도원을 방문하였다. 그래서 함께 수사님이 입원하신 병원으로 병문안을 갔다. 수사님의 동기 신부님과 수사님, 루드비히 수사님도 함께 했다.

아마 지금쯤은 퇴원하셨으리라 생각한다. 본국 휴가를 몇일 더 보내시고, 10월 초에 한국으로 돌아가시리라 생각된다. 수사님이 자신의 고향을 그렇게 자랑하시듯이, 한국도 그렇게 자랑스러워하고 계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한국에 돌아가시면 그리운 고향의 음식과, 그리운 사람들을 만날 수는 없지만, 또 기쁘게 사시리라 생각한다.

수사님의 건강을 기원하며...




미니 게릴라 콘서트- 뮤직 마운트 박신영씨-상트 오틸리엔 수도원

7월말 어느 새벽. 아직 수도원 기상 시간은 1,2시간이 남은 것 같은데,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수도원 화재 이외에 한밤중에 전화벨이 울린 경우는 없었다. 알람인가 싶었는데 전화였다.
 
서울 수도원의 모 수사님이 개념없이(!!^^*) 무작정 전화한 것이었다. 한국에서 음악가 한 분이 오틸리엔 수도원(St Ottilien)을 방문할 예정인데, 수도원 이곳 저곳 안내를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잠결에 그렇게 하겠다고 하고는 다시 잠들었다.

피정집에 손님들을 위한 방이 많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한달 동안 직원들 휴가와 내부 공사 관계로 아무도 숙박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갑자기 숙식에 관한 것 부터 문제가 생겼다. 몇몇 분들과 상의해 봤지만 신통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았다. 안되면 인근 마을의 여관을 알아봐야지 하는 생각으로, 마지막으로 총아빠스님께 사정을 말씀드렸다. "뭐 어떻게 안될까요?" 총아빠스님은 마침 복도를 지나가고 있던 비서 신부님을 부르시더니, 방이 어떻게 되는지 알아보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다음날 방이 될 것 같다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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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후, 겔텐도르프 역에 도착한 그 음악가는 박신영 플로라씨.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꾸는 음악인들의 작곡 연구 모임이면서, 음반기획사이기도 한 뮤직마운트(http://www.musicmount.co.kr)의 멤버(공동 리더?!)였다.

책을 읽고 그 이미지를 음악으로 표현하는 '북 이미지 앨범'을 세계 최초로 시도하였고, 이미 두 개의 앨범을 발매했는데, 그 참가 뮤지션들의 면면을 보면 아주 지명도가 있는 분들이 많았다. 이 분들의 활약(!)을 보려면, "뮤직마운트 박신영" 뭐 이런 식으로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는 것으로도 충분하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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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 미사 후, 어떻게 안내를 해 드릴까 해서 함께 성당 앞에서 만났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미 프라하에서 길거리 공연을 여러차례 하고 이곳으로 온 것이었다. 평생의 동반자로 정한 오카리나 연주를...

갑자기 오후 일정을 다시 계획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보통 수도원에서 저녁 식사후에 수사들이 산책을 하는데, 8시 끝기도 전에 15-20분 정도는 성당 앞 광장에서 대화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혹시 여기서 게릴라 콘서트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나의 제안에 흔쾌히 승락하였다.
- 15분짜리 미니 게릴라 콘서트
- 바이올린을 하는 수사와의 협주도 생각했지만, 도저히 시간을 맞출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서 포기 (오후에 울림이 좋은 성당 두 곳에서 오카리나 연주를 해 볼 생각이었기 때문에...)

즉시 공동 인터넷방으로 와서 콘서트 안내문을 작성해서 인쇄하였다.

Ein kleines Okarina (Flöten) Konzert

Wann : 19:35 – 19:50  (heute)

    Wo : Kloster Pforte

   Wer : Flora Park (eine Koreanerin)


인근 에레싱(Eresing) 마을의 성당에 갔다가 수도원으로 돌아오니, 준비할 시간이 거의 없었다. 7시 15분에 공연 장소에서 만나기로 하고, 나는 식당으로 갔다. 준비한 안내문을 부원장 신부님께 전해 드리며, 콘서트가 있다는 것을 형제들에게 공지해 주시도록 부탁을 드렸다. 흔쾌히 승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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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식사를 마치자 마자, 연세 많으신 수사님들은 일찌감치 나오셔서 중앙 벤치에 자리를 잡으시고 준비 과정을 지켜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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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 시간이 가까워지자 제법 많은 수도자들이 성당 앞 마당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지나가던 수도원 방문객들도 뭔가가 있을 것 같은 분위기에 갈 길을 멈추고 둘러 앉았다.

성당 앞 광장은 많은 사람이 모여서 어떤 행사를 하기 좋도록 모양이 갖추어져 있다. 젊은이들을 위한 저녁 기도 모임도 자주 열리고, 김나지움 학생들의 방학 미사도 여기에서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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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오틸리엔 수도원에서 9월말에 첫서원을 하게 될 조선족 바실리오 수사(Br.Basilius)가  즉석에서 통역을 하였다. 반주용 음악과 기타 모양의 음향 증폭 장치를 한국에서 가져 왔기 때문에 내가 상상한 것 이상의 훌륭한 연주를 들을 수 있었다.

  참고로 앞에 놓인 두 개의 촛불은 오틸리엔 수도원 입구의 맥주가든에서 30분만 빌려달라고 사정을 하고 가져온 것이다^^*   역시 독일에서는 맥주 인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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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수도원에서 행사를 할 때면 항상 블라스밴드가 연주를 하곤 했다. 소리도 요란하고, 곡도 신나는 것을 연주한다. 뭔가 왁자지껄하다. 하지만 고요히 어둠이 깔리려는 순간, 손바닥 만한 작은 오카리나의 연주를 듣는다는 것은 여기 참석했던 많은 분들에게 처음있는 경험이었을 것이다.

나는 여기저기 서성되며 사진도 찍고 하느라고 연주에 완전히 집중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주위의 분위기는 고요함 그 자체였다. 모두 그 연주에 빠져든 듯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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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곡을 준비했고, 나중에 시간이 남으면 한 곡을 더 연주하기로 했다.
2집 앨범에 있는 곡들 중에서, '우린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잠시 머물 뿐입니다', '그대 노을 아름답기를', '아기별'  아마 이렇게 세 곡을 연주했고, 나머지 한 곡은 '사랑의 송가'였다.


여러 악기로 연주되는  반주 음악에 맞춰 고요히 온 성당 마당을 퍼져나가는 오카리나 소리는 정말 운치가 있었다. 주일이라 저녁 식사 때 맥주를 한 잔 마시고, 몸과 마음으로 음악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 수사들에게 이 곡들은 정말 인상적이었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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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는 멤버들이 만들어 주었다고 하는데, 안에 오카리나의 작은 소리를 크게 해 주고, 반주를 해주는 장치가 들어 있었다. 나는 이런 것을 한국에서 가져왔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기차역에 도착했을 때 가방이 큰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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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 후에 몇몇 수사님들은 오카리나라는 악기에 대해 관심을 나타내었다. 어떤 분은 아시아적인 소리라는 평가를 하면서 지나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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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 다음 날, 다시 파리로 떠났다. 아마 며칠 동안 파리의 어느 곳에서 연주를 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겠지. 선물로 주고 간 시디에서 흘러나오는 오카리나와 하모니카 소리가 내 귀를 간지럽히고 있다.

'북이미지 앨범 2집'은 부산 광안리 베네딕도 수녀원의 이해인 클라우디아 수녀님의 책 '사랑은 외로운 투쟁'을 모티브로 작업된 것이다. 이 앨범에서 영감을 얻은 미술  전시회(문형태 작가)도 개최되었다고 한다. (얼마 전에 이해인 수녀님의 암 투병 소식을 인터넷을 통해 접했었는데, 이 앨범에는 수녀님이 직접 낭송한 '백일홍 편지'라는 시낭송도 있다. 거기에 "지금부터 백 일만 산다고 생각하면 삶이 조금은 지혜로워지지 않을까?"하는 구절도 있다...)

예기치 못했지만, 오카리나라는 악기를 통해 알지 못하던 미지의 세계를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오틸리엔의 수사님들에게 잔잔하면서도 새로움을 느끼게 했던 미니 콘서트는 그렇게 아쉽게 끝이났다.


<< 추가 >>



"뮤직마운트" 멤버들께서 2집 앨범에 수록된 곡들을 본 블로그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을 해 주셨고, 그 멤버인 박신영씨께서 파일들을 보내주셨습니다. 그 중에 네 곡을 들려드립니다(위의 플레이어 오른쪽에 있는 화살표를 누르면 곡들이 표시됩니다). 감사합니다.

- 오카리나 버전과 보컬 버전의  '우린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잠시 머물 뿐입니다'
-  '
아기별' (천사들!!의 합창이 좋은 곡!!)
- 이해인 수녀님의 시낭송 '백일홍 편지'

 



치르꾸스(서커스) 상트 오틸리엔 2008 (Circus St. Ottilien)

오틸리엔의 수사들이 자꾸 치르꾸스(circus)를 한다고 그런다. 그게 뭔가 했더니 서커스였다. 저녁 식사 후 산책을 하면서 보니까, 수도원 입구 큰 공터에 뭔가를 설치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어느날 서커스 천막이 하나 떡하니 쳐져 있었다. 그리고 주변으로는 물건을 팔 수 있는 통나무형 부스도 자리하고 있었다.

수도원 게시판에도, 수도원 인근 곳곳에도 Circus St. Ottilien2008 이라는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뭔가 대단하게 하긴 하는 모양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수도원 주관이라고 해서, 수도원에서 서커스단을 초청해서 공연을 하도록 하는 모양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수사들이 자꾸만 정말 재미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입장료를 받는데, 수도자들은 그냥 입장하면 된다고 그랬다. 기간은 대략 10일 정도 하는데, 서커스 기간 동안 다른 여러가지 행사들도 열리곤 했다. 드디어 개봉하는 날. 카메라를 챙겨들고 서커스 텐트 입구로 갔다. 수도복을 입진 않았지만, 수도자라고 하니까 입구를 지키는 젊은이들이 그냥 입장시켜 주었다. 벌써 텐트 안은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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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커스 천막은 겉에서 보기보다 안에 들어가 보니까 훨씬 더 컸다. 봉사자들과 수사들로 구성된 의용 소방대원들이 안전을 위해 여러가지 지원을 하고 있었다. (오틸리엔 수도원의 소방대원들은 인근에 불이 나거나 도로에 사고가 발생하면 즉각 출동이다. 기도 중에도... 그래서 늘 삐삐를 휴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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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동네에 서커스가 열렸으니 인근 사람들이 모두 구경온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서커스 이외에 주변에 먹을 것과 여러가지 놀이 기구, 축제 때 재미삼아 해 볼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작은 점포들이나 부스들은 모두 오틸리엔 수도원 안에 있는 김나지움 학생들이 맡아서 운영하고 있었다. '어~ 다 학생들이네' 하고 생각했었는데, 실제 서커스를 보면서 더 놀라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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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는 겉에서 보기보다 안에 들어와 보니 더 멋있었다. 음향과 조명시설이 되어 있었고, 관람석이 경사로 설치되어 있었다.

이 서커스는 프로들이 와서 하는 것이 아니라, 김나지움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모두 준비해서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매년 하지는 않고, 3-4년에 한번씩 한다고 한다. 2시간 넘게 진행되는 서커스에 우리나라로 치면 초등학교 5,6학년에 해당하는 학생들로 부터, 곧 대학생이 될 학생들까지 골고루 출연을 하였다.

나오는 팀마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나와 사람들을 웃게 만들었고 연습도 많이 한 것 같았다. 선 보이는 재주가 하루 아침에 익힐 수 있는 그런 것들이 아니라 오랜 기간 연습을 해야만 하는 것들이 많았다. 그리고 난이도를 봐도 간단한 묘기에서 부터 고공 줄 타기까지 서커스 무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그런 수준의 공연이었다.    

  정말 수사들의 말처럼, 재미있다는 표현이 맞긴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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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 음향, 소품 준비, 무대 보조, 진행, 음악 연주 등 공연에 관계된 거의 모든 것들을 학생들이 스스로 하고 있었다. 선생님들은 뒤에서 학생들을 보조해 주는 역할을 하고 계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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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학년 학생들의 외바퀴 자전거 타기 묘기. 이 밖에도 초등학생들이 입에서 불을 뿜는 묘기를 한다거나, 기계체조를 응용한 묘기들, 동물을 이용한 묘기들, 물건들을 이용한 음악 연주 등등 무엇보다 창의력 있는 공연을 한 것이 훌륭했다.

공연 중간에 어린 학생들은 이 곳 바바리아 지방의 복장을 하고 춤을 추기도 하고, 고학년 여학생들은 치어리더와 같은 율동도 선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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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학년 학생들의 고공 줄타기 묘기. 이 학생들은 이 공연을 위해서 전문 지도자를 통해 훈련을 받은 것 같았다. 두 여학생과 남학생 한 사람이 고공 공연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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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갑자기 곰과 바이올린 악사가 출연했다. 무대 주변의 꼬마들은 다른 어떤 공연보다도 곰이 등장하니까 더 관심이 집중되는 모양이었다. 그 주인공은 오틸리엔 수도원의 예레미아스 총아빠스님과 유기서원자인 오토 수사였다. 이날 이외에도 다른 날에 몇 차례 같은 공연을 선보였다. 아마 총아빠스님은 치르꾸스가 열릴 때 마다 특별 출연(아니 고정 출연!)을 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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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틸리엔 수도원의 청원자, 수련자 수사들의  특별 공연. 한 덩치하는 5명의 수사들이 출연하여 재미 있는 꽁트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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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휴식 시간. 밖에는 여러가지 놀이 기구가 있어서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다. 중국 신부들도 신이 났다. 현재 오틸리엔 수도원에는 앞으로 중국에 베네딕도회를 설립할 것을 목표로 8명의 신부들이 수도생활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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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동안 하루 2-4차례씩 공연을 하였다. 매번 사람들로 만원이었다. 그리고 이 기간에 여러가지 행사들과 기도 모임들이 조직되었다. 마지막 이틀 동안은 저녁에 록 콘서트를 하기도 했다. 노트켈 수석 아빠스의 공연도 바로 이 마지막 날 저녁에 있었던 공연의 일부였다.

준비를 위해 수도원에서 많은 돈을 지원하지만, 결코 금전적으로 손해가 되지는 않는다고 한다(입장료 등). 오히려 이런 계기를 통해 지역 공동체가 함께 할 수 있는 축제가 열리기 때문에, 무형의 자산으로 따진다면 엄청나게 남는 장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7월은 오틸리엔 수도원 안에서 많은 것들을 풍성하게 맛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지역 공동체학교수도원이 어떻게 협력해야 하며, 어떻게 더 풍성하게 나눌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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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수도원 안에 아침 미사 때 마다 근 30명의 신부들이 공동 집전을 한다. 오틸리엔 수도원의 신부들과 수도자들, 중국인 신부들, 로마에서 독일말을 배우러 온 신부들, 휴가 기간 동안 방문한 교구 신부들과 수도자들, 선교 파견된 수도자들이 휴가 기간 동안 방문한 경우 등등  

공동체 안팎으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지만, 공동체가 귀챦아 하거나 수도생활의 리듬이 깨어진다고 불평하는 것을 볼 수가 없다. 오히려 당연하다고 느끼고 수도원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자랑스러워하고...  그리고 너무 일상적인 일들이라서, 준비하는데 많은 힘을 들이는 것 같지도 않다.

요즘 다른 수도원들과 다르게 오틸리엔 수도원에 젊은 지원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와도 무관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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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정신과 감성을 새롭게 해 주었던 깊은 체험들도, 마치 시간이 지난 빛 바랜 천연색 사진처럼, 내 컴퓨터 하드 디스크 안에 여기 저기 파편화 되어 묵히고 있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내 기도의 벗들에게 사는 이야기들을 풀어놓습니다. 또한 내 삶의 기록도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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