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블로그에 글을 올린다. 몇 달 동안 새 소식이 올려지지 않음에도 열심히 방문해 주시는 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든다. 이것이 글을 올리는 동기부여가 되었다고나 할까~~
며칠 전에는 이곳 로마 안셀모 수도원에서 생활하며 박사 학위를 마치고 브라질로 돌아간 화가 신부로 부터 메일 한 통을 받았다. 요즘 블로그 접속이 잘 안되는데 암호를 걸어 놓았냐고... 이런 분들을 생각하면서 오랫만에 용기를 내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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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중심을 가로지는 떼베로 강 옆에 있는 도로. 베네딕도 수녀원인 산타 체칠리아 수녀원에서 안셀모 수도원으로 오려면 이 길을 따라와서 강을 건너야 한다. 도보로 10여분 정도의 거리에 있다.>>
자주 걷던 길도 간혹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긴 길에 지나가는 행인이 없는 것도 그렇고, 벽을 수리하는지 건물의 벽이 깔끔하지 못한 것도 그렇고, 도로와 인도를 가르는 분리대의 진한 그림자가 그렇고, 지나가는 차들의 시끄러운 소리도 그렇다... 익숙하지 않게 느껴진다. 아마 오늘 로마에서 밀라노 아저씨를 만나려고 그랬나 보다.
오늘따라 작은 똑딱이 카메라를 들고 나왔다. 한번 걸어갔던 그 길이 낯설어, 다시 갔던 길을 돌아와 횡한 거리를 사진에 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승용차 한 대가 내가 사진 찍고 있는 길 옆에 멈추더니, 중년의 운전자가 나에게 영어를 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하자, 자동차 조수석 창으로 로마 지도를 들이밀면서 바티칸으로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하는지 묻는다. "바티칸은 뒤편인데, 다시 돌아가려면 왼쪽으로 회전해서 강을 건너 다시 가야 되는데..." 그러자 그 사람은 감을 잡았는지 고맙다는 이야기를 한다. 나는 가던 길을 계속 가려고 하는데, 그 사람은 자동차 창문으로 나에게 악수를 청하며 자신은 밀라노에서 왔다고 이야기 한다.
그 순간 "나에게도 이 분이 오셨군!!~~" 하는 생각이 내 머리 속에서 그 짧은 순간에 스쳐 지나갔다. 더 이상 내가 그 사람과 할 이야기도 없었기 때문에 "챠오 챠오~~"라고 인사하고는 내 갈 길을 갔다.
내가 이 사람과 계속 이야기를 했었더라면 다음과 같이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았을까 싶다. '길을 가르쳐 줘서 감사하다. 내가 밀라노에서 패션 디자인을 하고 있는데, 고마운 마음에 내가 디자인 한 옷을 선물하고 싶다.' 꽤 유명한 옷이라고 자랑도 하리라. 내가 웬 횡재냐며 긴장을 놓는 찰라, 이 분은 이렇게 이야기 하리라. "그런데, 내가 좀 먼데서 오다보니 자동차 기름이 별로 없는데, 기름값 조금 주면 안되겠냐??" "..." 아마 많은 분들은 이 밀라노 아저씨의 친절함 때문에 의심없이 기름값을 지불할지도 모르겠다.
아마 로마의 벼룩시장에 가더라도 그러한 가죽옷을 사려면 그만한 돈이 들테고,,, 50대 중반의 아저씨가 자상한 말투로 이렇게 부탁한다면 그 부탁을 들어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내 주위에 그 아저씨를 만난 분들이 한 둘이 아니라는게 문제라면 문제다!! 게중에는 기름값을 준 분들도 계시다. ㅎㅎ // 아이~~ 로마에서 1,2년 산 것도 아니면서^^* 내가 지금 살고 있는 곳이 로마 중심부여서 인지,,, 아마 이 분은 몇몇 유명 관광지를 오가며 늘 이와 같이 이야기를 하는 모양이다... 이것도 새로운 수법인가!!
<<떼베레 강에 있는 다리를 건너며 밑을 내려다 보니, 강변을 순찰하고 있는 기마 경찰이 보였다. 근무 중에도 휴대폰으로 열심히 통화하고 있는 그대들. 역시 이탈리아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