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수사의 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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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트 오틸리엔'에 해당하는 글(2)
2008.09.07   미니 게릴라 콘서트- 뮤직 마운트 박신영씨-상트 오틸리엔 수도원 10
2008.07.14   베네딕도 축일 미사후 8


미니 게릴라 콘서트- 뮤직 마운트 박신영씨-상트 오틸리엔 수도원

7월말 어느 새벽. 아직 수도원 기상 시간은 1,2시간이 남은 것 같은데,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수도원 화재 이외에 한밤중에 전화벨이 울린 경우는 없었다. 알람인가 싶었는데 전화였다.
 
서울 수도원의 모 수사님이 개념없이(!!^^*) 무작정 전화한 것이었다. 한국에서 음악가 한 분이 오틸리엔 수도원(St Ottilien)을 방문할 예정인데, 수도원 이곳 저곳 안내를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잠결에 그렇게 하겠다고 하고는 다시 잠들었다.

피정집에 손님들을 위한 방이 많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한달 동안 직원들 휴가와 내부 공사 관계로 아무도 숙박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갑자기 숙식에 관한 것 부터 문제가 생겼다. 몇몇 분들과 상의해 봤지만 신통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았다. 안되면 인근 마을의 여관을 알아봐야지 하는 생각으로, 마지막으로 총아빠스님께 사정을 말씀드렸다. "뭐 어떻게 안될까요?" 총아빠스님은 마침 복도를 지나가고 있던 비서 신부님을 부르시더니, 방이 어떻게 되는지 알아보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다음날 방이 될 것 같다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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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후, 겔텐도르프 역에 도착한 그 음악가는 박신영 플로라씨.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꾸는 음악인들의 작곡 연구 모임이면서, 음반기획사이기도 한 뮤직마운트(http://www.musicmount.co.kr)의 멤버(공동 리더?!)였다.

책을 읽고 그 이미지를 음악으로 표현하는 '북 이미지 앨범'을 세계 최초로 시도하였고, 이미 두 개의 앨범을 발매했는데, 그 참가 뮤지션들의 면면을 보면 아주 지명도가 있는 분들이 많았다. 이 분들의 활약(!)을 보려면, "뮤직마운트 박신영" 뭐 이런 식으로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는 것으로도 충분하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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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 미사 후, 어떻게 안내를 해 드릴까 해서 함께 성당 앞에서 만났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미 프라하에서 길거리 공연을 여러차례 하고 이곳으로 온 것이었다. 평생의 동반자로 정한 오카리나 연주를...

갑자기 오후 일정을 다시 계획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보통 수도원에서 저녁 식사후에 수사들이 산책을 하는데, 8시 끝기도 전에 15-20분 정도는 성당 앞 광장에서 대화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혹시 여기서 게릴라 콘서트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나의 제안에 흔쾌히 승락하였다.
- 15분짜리 미니 게릴라 콘서트
- 바이올린을 하는 수사와의 협주도 생각했지만, 도저히 시간을 맞출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서 포기 (오후에 울림이 좋은 성당 두 곳에서 오카리나 연주를 해 볼 생각이었기 때문에...)

즉시 공동 인터넷방으로 와서 콘서트 안내문을 작성해서 인쇄하였다.

Ein kleines Okarina (Flöten) Konzert

Wann : 19:35 – 19:50  (heute)

    Wo : Kloster Pforte

   Wer : Flora Park (eine Koreanerin)


인근 에레싱(Eresing) 마을의 성당에 갔다가 수도원으로 돌아오니, 준비할 시간이 거의 없었다. 7시 15분에 공연 장소에서 만나기로 하고, 나는 식당으로 갔다. 준비한 안내문을 부원장 신부님께 전해 드리며, 콘서트가 있다는 것을 형제들에게 공지해 주시도록 부탁을 드렸다. 흔쾌히 승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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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식사를 마치자 마자, 연세 많으신 수사님들은 일찌감치 나오셔서 중앙 벤치에 자리를 잡으시고 준비 과정을 지켜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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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 시간이 가까워지자 제법 많은 수도자들이 성당 앞 마당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지나가던 수도원 방문객들도 뭔가가 있을 것 같은 분위기에 갈 길을 멈추고 둘러 앉았다.

성당 앞 광장은 많은 사람이 모여서 어떤 행사를 하기 좋도록 모양이 갖추어져 있다. 젊은이들을 위한 저녁 기도 모임도 자주 열리고, 김나지움 학생들의 방학 미사도 여기에서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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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오틸리엔 수도원에서 9월말에 첫서원을 하게 될 조선족 바실리오 수사(Br.Basilius)가  즉석에서 통역을 하였다. 반주용 음악과 기타 모양의 음향 증폭 장치를 한국에서 가져 왔기 때문에 내가 상상한 것 이상의 훌륭한 연주를 들을 수 있었다.

  참고로 앞에 놓인 두 개의 촛불은 오틸리엔 수도원 입구의 맥주가든에서 30분만 빌려달라고 사정을 하고 가져온 것이다^^*   역시 독일에서는 맥주 인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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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수도원에서 행사를 할 때면 항상 블라스밴드가 연주를 하곤 했다. 소리도 요란하고, 곡도 신나는 것을 연주한다. 뭔가 왁자지껄하다. 하지만 고요히 어둠이 깔리려는 순간, 손바닥 만한 작은 오카리나의 연주를 듣는다는 것은 여기 참석했던 많은 분들에게 처음있는 경험이었을 것이다.

나는 여기저기 서성되며 사진도 찍고 하느라고 연주에 완전히 집중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주위의 분위기는 고요함 그 자체였다. 모두 그 연주에 빠져든 듯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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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곡을 준비했고, 나중에 시간이 남으면 한 곡을 더 연주하기로 했다.
2집 앨범에 있는 곡들 중에서, '우린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잠시 머물 뿐입니다', '그대 노을 아름답기를', '아기별'  아마 이렇게 세 곡을 연주했고, 나머지 한 곡은 '사랑의 송가'였다.


여러 악기로 연주되는  반주 음악에 맞춰 고요히 온 성당 마당을 퍼져나가는 오카리나 소리는 정말 운치가 있었다. 주일이라 저녁 식사 때 맥주를 한 잔 마시고, 몸과 마음으로 음악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 수사들에게 이 곡들은 정말 인상적이었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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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는 멤버들이 만들어 주었다고 하는데, 안에 오카리나의 작은 소리를 크게 해 주고, 반주를 해주는 장치가 들어 있었다. 나는 이런 것을 한국에서 가져왔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기차역에 도착했을 때 가방이 큰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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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 후에 몇몇 수사님들은 오카리나라는 악기에 대해 관심을 나타내었다. 어떤 분은 아시아적인 소리라는 평가를 하면서 지나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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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 다음 날, 다시 파리로 떠났다. 아마 며칠 동안 파리의 어느 곳에서 연주를 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겠지. 선물로 주고 간 시디에서 흘러나오는 오카리나와 하모니카 소리가 내 귀를 간지럽히고 있다.

'북이미지 앨범 2집'은 부산 광안리 베네딕도 수녀원의 이해인 클라우디아 수녀님의 책 '사랑은 외로운 투쟁'을 모티브로 작업된 것이다. 이 앨범에서 영감을 얻은 미술  전시회(문형태 작가)도 개최되었다고 한다. (얼마 전에 이해인 수녀님의 암 투병 소식을 인터넷을 통해 접했었는데, 이 앨범에는 수녀님이 직접 낭송한 '백일홍 편지'라는 시낭송도 있다. 거기에 "지금부터 백 일만 산다고 생각하면 삶이 조금은 지혜로워지지 않을까?"하는 구절도 있다...)

예기치 못했지만, 오카리나라는 악기를 통해 알지 못하던 미지의 세계를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오틸리엔의 수사님들에게 잔잔하면서도 새로움을 느끼게 했던 미니 콘서트는 그렇게 아쉽게 끝이났다.


<< 추가 >>



"뮤직마운트" 멤버들께서 2집 앨범에 수록된 곡들을 본 블로그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을 해 주셨고, 그 멤버인 박신영씨께서 파일들을 보내주셨습니다. 그 중에 네 곡을 들려드립니다(위의 플레이어 오른쪽에 있는 화살표를 누르면 곡들이 표시됩니다). 감사합니다.

- 오카리나 버전과 보컬 버전의  '우린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잠시 머물 뿐입니다'
-  '
아기별' (천사들!!의 합창이 좋은 곡!!)
- 이해인 수녀님의 시낭송 '백일홍 편지'

 



베네딕도 축일 미사후
베네딕도 축일 미사 후 '젊은이들을 위한 금요 기도모임'팀들의 찬송. 아프리카 노래.
행사에 대한 다른 내용들은 준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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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정신과 감성을 새롭게 해 주었던 깊은 체험들도, 마치 시간이 지난 빛 바랜 천연색 사진처럼, 내 컴퓨터 하드 디스크 안에 여기 저기 파편화 되어 묵히고 있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내 기도의 벗들에게 사는 이야기들을 풀어놓습니다. 또한 내 삶의 기록도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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