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수사의 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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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르꾸스(서커스) 상트 오틸리엔 2008 (Circus St. Ottilien)

오틸리엔의 수사들이 자꾸 치르꾸스(circus)를 한다고 그런다. 그게 뭔가 했더니 서커스였다. 저녁 식사 후 산책을 하면서 보니까, 수도원 입구 큰 공터에 뭔가를 설치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어느날 서커스 천막이 하나 떡하니 쳐져 있었다. 그리고 주변으로는 물건을 팔 수 있는 통나무형 부스도 자리하고 있었다.

수도원 게시판에도, 수도원 인근 곳곳에도 Circus St. Ottilien2008 이라는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뭔가 대단하게 하긴 하는 모양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수도원 주관이라고 해서, 수도원에서 서커스단을 초청해서 공연을 하도록 하는 모양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수사들이 자꾸만 정말 재미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입장료를 받는데, 수도자들은 그냥 입장하면 된다고 그랬다. 기간은 대략 10일 정도 하는데, 서커스 기간 동안 다른 여러가지 행사들도 열리곤 했다. 드디어 개봉하는 날. 카메라를 챙겨들고 서커스 텐트 입구로 갔다. 수도복을 입진 않았지만, 수도자라고 하니까 입구를 지키는 젊은이들이 그냥 입장시켜 주었다. 벌써 텐트 안은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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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커스 천막은 겉에서 보기보다 안에 들어가 보니까 훨씬 더 컸다. 봉사자들과 수사들로 구성된 의용 소방대원들이 안전을 위해 여러가지 지원을 하고 있었다. (오틸리엔 수도원의 소방대원들은 인근에 불이 나거나 도로에 사고가 발생하면 즉각 출동이다. 기도 중에도... 그래서 늘 삐삐를 휴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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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동네에 서커스가 열렸으니 인근 사람들이 모두 구경온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서커스 이외에 주변에 먹을 것과 여러가지 놀이 기구, 축제 때 재미삼아 해 볼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작은 점포들이나 부스들은 모두 오틸리엔 수도원 안에 있는 김나지움 학생들이 맡아서 운영하고 있었다. '어~ 다 학생들이네' 하고 생각했었는데, 실제 서커스를 보면서 더 놀라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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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는 겉에서 보기보다 안에 들어와 보니 더 멋있었다. 음향과 조명시설이 되어 있었고, 관람석이 경사로 설치되어 있었다.

이 서커스는 프로들이 와서 하는 것이 아니라, 김나지움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모두 준비해서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매년 하지는 않고, 3-4년에 한번씩 한다고 한다. 2시간 넘게 진행되는 서커스에 우리나라로 치면 초등학교 5,6학년에 해당하는 학생들로 부터, 곧 대학생이 될 학생들까지 골고루 출연을 하였다.

나오는 팀마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나와 사람들을 웃게 만들었고 연습도 많이 한 것 같았다. 선 보이는 재주가 하루 아침에 익힐 수 있는 그런 것들이 아니라 오랜 기간 연습을 해야만 하는 것들이 많았다. 그리고 난이도를 봐도 간단한 묘기에서 부터 고공 줄 타기까지 서커스 무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그런 수준의 공연이었다.    

  정말 수사들의 말처럼, 재미있다는 표현이 맞긴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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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 음향, 소품 준비, 무대 보조, 진행, 음악 연주 등 공연에 관계된 거의 모든 것들을 학생들이 스스로 하고 있었다. 선생님들은 뒤에서 학생들을 보조해 주는 역할을 하고 계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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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학년 학생들의 외바퀴 자전거 타기 묘기. 이 밖에도 초등학생들이 입에서 불을 뿜는 묘기를 한다거나, 기계체조를 응용한 묘기들, 동물을 이용한 묘기들, 물건들을 이용한 음악 연주 등등 무엇보다 창의력 있는 공연을 한 것이 훌륭했다.

공연 중간에 어린 학생들은 이 곳 바바리아 지방의 복장을 하고 춤을 추기도 하고, 고학년 여학생들은 치어리더와 같은 율동도 선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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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학년 학생들의 고공 줄타기 묘기. 이 학생들은 이 공연을 위해서 전문 지도자를 통해 훈련을 받은 것 같았다. 두 여학생과 남학생 한 사람이 고공 공연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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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갑자기 곰과 바이올린 악사가 출연했다. 무대 주변의 꼬마들은 다른 어떤 공연보다도 곰이 등장하니까 더 관심이 집중되는 모양이었다. 그 주인공은 오틸리엔 수도원의 예레미아스 총아빠스님과 유기서원자인 오토 수사였다. 이날 이외에도 다른 날에 몇 차례 같은 공연을 선보였다. 아마 총아빠스님은 치르꾸스가 열릴 때 마다 특별 출연(아니 고정 출연!)을 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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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틸리엔 수도원의 청원자, 수련자 수사들의  특별 공연. 한 덩치하는 5명의 수사들이 출연하여 재미 있는 꽁트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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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휴식 시간. 밖에는 여러가지 놀이 기구가 있어서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다. 중국 신부들도 신이 났다. 현재 오틸리엔 수도원에는 앞으로 중국에 베네딕도회를 설립할 것을 목표로 8명의 신부들이 수도생활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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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동안 하루 2-4차례씩 공연을 하였다. 매번 사람들로 만원이었다. 그리고 이 기간에 여러가지 행사들과 기도 모임들이 조직되었다. 마지막 이틀 동안은 저녁에 록 콘서트를 하기도 했다. 노트켈 수석 아빠스의 공연도 바로 이 마지막 날 저녁에 있었던 공연의 일부였다.

준비를 위해 수도원에서 많은 돈을 지원하지만, 결코 금전적으로 손해가 되지는 않는다고 한다(입장료 등). 오히려 이런 계기를 통해 지역 공동체가 함께 할 수 있는 축제가 열리기 때문에, 무형의 자산으로 따진다면 엄청나게 남는 장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7월은 오틸리엔 수도원 안에서 많은 것들을 풍성하게 맛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지역 공동체학교수도원이 어떻게 협력해야 하며, 어떻게 더 풍성하게 나눌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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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수도원 안에 아침 미사 때 마다 근 30명의 신부들이 공동 집전을 한다. 오틸리엔 수도원의 신부들과 수도자들, 중국인 신부들, 로마에서 독일말을 배우러 온 신부들, 휴가 기간 동안 방문한 교구 신부들과 수도자들, 선교 파견된 수도자들이 휴가 기간 동안 방문한 경우 등등  

공동체 안팎으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지만, 공동체가 귀챦아 하거나 수도생활의 리듬이 깨어진다고 불평하는 것을 볼 수가 없다. 오히려 당연하다고 느끼고 수도원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자랑스러워하고...  그리고 너무 일상적인 일들이라서, 준비하는데 많은 힘을 들이는 것 같지도 않다.

요즘 다른 수도원들과 다르게 오틸리엔 수도원에 젊은 지원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와도 무관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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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정신과 감성을 새롭게 해 주었던 깊은 체험들도, 마치 시간이 지난 빛 바랜 천연색 사진처럼, 내 컴퓨터 하드 디스크 안에 여기 저기 파편화 되어 묵히고 있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내 기도의 벗들에게 사는 이야기들을 풀어놓습니다. 또한 내 삶의 기록도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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